본문 바로가기

감상문 ~2019

소노율 | 운명은 없다

 

지은이 소노율

발행 로아

발행일 2017년 06월 07일

 

 

 

1.

“엄마아빠는 왜 새끼손가락에 실을 묶고 있는 거야?”

 

선천적으로 사람들의 운명의 상대와 이어진 붉은 실을 볼 수 있는 서문단.

중학교 입학 후, 자신과 운명의 붉은 실이 이어진 서연우를 만난다.

단은 운명의 상대가 남자라는 사실에 절망했지만, 점점 연우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운명이라며? 그럼 분명 말을 하지 않아도 너를 좋아하게 될 테니까.”

 

언젠가 이어질 운명을 믿고 있던 단의 앞에서

고등학교 입학식을 앞둔 어느 날, 연우는 아무 말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애초에 운명 같은 건 없었어.”

 

그 날부터 운명을 볼 수 있음에도 결국 운명을 부정하게 된 단.

하지만, 12년 후 사촌 누나의 결혼식에서 단의 새끼 손가락에는 다시 붉은 실이 나타나고 마는데…….

운명의 상대를 잃은 그 날 멈춰 버린 단의 시간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넌, 언제쯤 날 좋아하게 되는 건데?”

 

<책소개> 발췌

 

 

2.

현실 연애에서 운명 타령하다가는 본인의 눈만 높아지는 부작용이 벌어지고, 

운명으로 사귄다고 해도 무슨 일이든 운명론으로 해석하기에, 본인도 사귀는 상대도 피곤해집니다. 

운명이 존재하고 그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면, 

저런 실수를 하지 않고 편안해지겠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하지만 <운명은 없다>의 주인공 단은 그러한 운명적인 인연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3.

서문 단은 운명으로 엮인 사람들의 새끼손가락에 엮인 붉은 실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자신의 손가락에도 붉은색의 실이 생겼지요. 

그런데 그 상대방은 남자, 서연우였습니다. 

당황하고 놀랐으나 사근사근 싹싹하게 접근하는 연우에게 점점 마음을 열어갑니다. 

하지만 연우는 갑자기 사라져 버려요. 

단은 자신의 능력에 의구심을 가지고 운명의 연인을 부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단 앞에 연우가 다시 우연히 나타납니다. 

 

4.

<운명은 없다>라는 제목은 운명론을 단호하게 부정하지만 책의 내용은 운명론을 깊게 지지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단은 연우가 사라진 뒤 운명을 믿지 않고 다시 나타난 연우를 부정하지만, 

그에게 다가온 모든 인과관계는 착실히 운명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5.

단은 앞서 언급한 대로 연우와 헤어진 뒤부터는 운명을 부정하며 살아왔습니다. 

연우와의 인연인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과 섹스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지만 연인은 만들지 않습니다. 

다른 이유로는 단의 성격이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단의 기분을 맞춰준 사람이 연우와 현재 섹스파트너인 지후밖에 없었으니까요. 

때문에 다시 만난 연우에게 흔들리게 됩니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 좋아했던 사람이고 자꾸 다시 붉은 실이 보이거든요. 

단에게 웃는 얼굴로 들이대는 연우를 무시할 수도 없고요. 

 

6.

연우는 벤츠공입니다. 

다정하고 상냥해서 오히려 존재감이 감소할 정도예요. 

눈치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지만 다른 장점들이 단점을 상쇄하고 있죠. 

다시 만난 단에게 거부당해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가진 사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조금씩 의문을 가지게 되죠. 

연우 자신이 단에게 원하는 것은 우정인가 사랑인가. 

 

7.

조연중에서 존재감이 강했던 것은 단의 섹스파트너인 지후입니다. 

지후 포지션이 애매합니다. 

서브공이라고 명명하기에는 존재감이 약하고, 

엑스트라로 치부하기에는 존재감이 강합니다. 

몸으로 맺은 관계지만 단에게 관심은 꽤 큽니다. 

그래서 연우에게 질투를 유발시키도 하지만 단에게 가진 감정은 애정이 아닙니다. 

연우가 나타난 이후 깔끔하게 정리한 것을 봐도 그렇죠. 

후반에서야 지후의 붉은 실 인연이 등장합니다. 

지후라는 캐릭터가 너무 맘에 들어서 스핀오프가 나왔으면 하고 잠깐 생각했지만 

그 인연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가 혐오스러운 것으로 뭉쳐있는 캐릭터라 단념했습니다. 

읽다가 속 터져서 붉은 실이고 뭐고 다 때려치라고 외칠 것 같거든요. 

 

8.

위에 언급한대로 지후의 존재 덕에 일공일수를 선호하시는 분들에게는 권하지 못하겠고, 

처음부터 이공일수라고 생각하시고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체적인 내용은 일공일수입니다. 

그게 이 작품이 이야기하는 바에도 부합하구요. 

 

9.

후반부 들어서 운명이라는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작위적인 면도 있지만, 

주제표현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이 작품은 운명적인 연인들이 주제잖아요.

 

연우와 단은 운명이라는 인연을 가지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 겁니다. 

운명이 그냥 잘 맞는 사람들이 아니라 본문에 나온 대로 

서로 부딪히면서도 결국은 헤어지지 못하는 사람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