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유예
발행 이클립스
발행일 2016년 9월 20일
1.
*작품 키워드 : 동양시대물/판타지물/황제공/다정공/꽃수/무심수/임신수/궁정물/멜로물
수태(受胎)의 상징인 일각수의 피를 이은 설씨 일족은
표식을 지닌 자라면 남녀 상관없이 수태의 능력을 지닌다.
40년 만에 일각수의 표식을 지니고 태어난 설세연.
그는 성산 제국 황태자의 비로 내정돼
정인과 사랑을 나눌 수조차 없는 통제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18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도록
수많은 후궁을 거느린 황제에게서 후사가 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일자
세연은 현 황제의 후궁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말해 봐.”
“무…… 엇을…….”
“짐에게 원하는 것을 말해 봐라. 무엇이든지 들어주마.”
“진심……. 폐하의 진심을……, 원합니다. 오로지 저만을 향한 폐하의 진심을 원합니다…….”
<책소개> 발췌
2.
동양풍을 읽을 때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용어의 사용이 올바른가." 입니다.
재미있는 스토리를 풀어나가고 멋진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해도
동양풍을 표방하는 글에서 외래어나 맞지 않는 단어가 등장하면
몰입감은 순식간에 깨지고 실망만 남을 뿐이죠.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무희의 쉬폰 옷자락이 리듬에 맞춰 흔들렸다."
라는 서술이 나오면 읽는 순간 짜식은 얼굴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약간의 변형이 있지만 위의 문장은 제가 실제로 읽은 동양풍 BL소설에 나오는 구절이예요.
이런 점 때문에 동양풍은 작가님들이 도전하기 꺼려하는 장르 중 하나인데,
이번에 언급하는 붉은 입술은 용어사용에 있어서 굉장히 정성을 다한 티가 나는 작품입니다.
사전조사도 열심히 하여 그것을 과하지 않게 반영했고요.
3.
작품의 시작은 조금 우울하게 시작합니다.
남성도 임신할 수 있고 태어난 자손들이 빼어난 가문의 특성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황궁에 들어가기로 예정되어 있던 세연은
본래라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황태자비가 될 예정이었지만
황제가 오래도록 후사를 보지 못한 덕에
18살 차이가 나는 황제의 후궁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더불어 세연에게는 사모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같이 도망가기를 청했지만 가문 때문에 단호하게 거절당하고
자살까지 기도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목숨을 건지고 결국 황궁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결국 가문에 도움 되기로 결심하고 첫날밤에 만난 황제는 세연의 예상과는 좀 틀렸습니다.
4.
무대가 황궁이라 이 작품에서 궁중암투에 대한 비중은 꽤 높지만
후궁견환전 같은 "치밀한 궁정암투 속에서 피어나는 캐릭터의 성장"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결과는 모두가 예상하는 바로 흘러가지만 세연의 캐릭터 묘사는
"순하다, 착하다" 라는 수식어가 자주 나올 정도로 암투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곤란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격인 황제가 막아줍니다.
세연도 그 과정에서 성장하지만 드라마틱한 성장을 겪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두뇌싸움이 난무하는 고품격 궁중암투를 기대하고 보면 다소 심심할 것입니다.
이 작품의 세일즈 포인트는 "다정공"에 있다고 봅니다.
약간의 시련이 있지만 황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세연에게 다정다감하고 최선을 다합니다.
저는 그 다정함을 감상하는 것이 좋았어요.
5.
오히려 시련은 서브커플이 제일 많이 겪게 됩니다.
서브커플에 대해서 할 말은 많습니다.
서브커플의 분량이 꽤나 많은 터라 어떻게 보면 늘어진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따로 떨어뜨려놓고 보면 완성도는 훌륭합니다.
다만 후반에 집중적으로 펼쳐지다보니 늘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이건 좀 안타깝고 아쉬운 점인데 사건해결에 상당히 중요한 커플들이고
긴밀하게 엮여있어서 따로 분리하지도 못하고 분량축소하기에도 힘들었다고 생각됩니다.
6.
후속작인 이화우까지 읽어보시면 느끼시겠지만
이 작품들은 일종의 연대기 같은 느낌이 강해요.
작가님이 개인적인 공간에 붉은 입술과 이화우 관련 설정을 올려놓으신 게 있는데
다 읽고 나서 해당 자료들을 보면 조금 더 즐겁습니다.
붉은 입술은 재밌게 보셨다면 이화우도 같이 읽어보시는 것도 즐거우실 겁니다.
이화우 주인공들이 붉은 입술 등장인물들의 아들들이기도 하고
감초처럼 등장하는 붉은 입술의 캐릭터들은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7.
정리하자면 동양풍으로 손색없는 작품을 접해서 좋았습니다.
후반부 늘어지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초반부의 몰입감은 오랜만에 느껴지는 재미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