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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2019

피모 | 선녀통신

지은이 피모

발행 고렘팩토리

발행일 2016년 09월 23일

 

 

 

 

1.

서해 용왕 미르하가 사망하고 그의 장자 석문이 그 자리에 등극한다. 

본래 그 자리는 용부인이 있어야만 완성되는지라 여기저기서 간택 단자가 줄줄이 들어온다. 

하지만 간택 단자를 맞이해야 하는 날, 말썽 한 번 피워본 적 없는 올곧은 성품의 석문이 가출을 감행한다. 

 

발칵 뒤집어진 서해 용궁을 나몰라라 한 채 수면 근처에서 유유히 일광욕을 즐기는 석문. 

온몸이 포박당한 채 바닷속으로 떨어지는 사내를 보았으나 엮이기 싫어 모른 척을 하였더니, 

그 사내 반야가 열이 받았는지 스스로 포박을 풀고 달려와 석문의 턱주가리를 후려친다.
화가 난 석문이 그를 잡아 망은당에 가뒀는데, 

저만 보면 파르륵 하는 석문이 귀여워 무작정 입맞추는 반야. 

 

그가 마음에 들지만, 선대 용왕의 거시기가 엄지손가락만 했다는 얘길 듣고 걱정이 되어 거시기 키우는 약을 조달받는데, 

한 번 먹고 화끈하게 즐길 순 있지만 그 뒤로는 불능이 되는 일회용이다.
용부인을 맞이해 진정한 용왕이 되어야 할 석문에게 그 약을 먹이려 반야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데….
<책소개>발췌

2.
<광동수산>에 이은 <사후세계포기>시리즈다. 

<해치의 안아>와 마찬가지로 <광동수산>을 안 읽어도 되지만 읽으면 재미가 늘어난다. 

<광동수산>의 캐릭터들이 꽤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3.
제목인 선녀통신은 <광동수산>에도 언급된 선천성 선녀들의 찌라시. 
단락의 시작을 선녀통신을 인용해서 서술하는 기법이 쓰이기에 이 작품에서는 꽤 중요한 매체가 되었다. 

선녀통신에 언급되는 사건들을 인식하고 본문을 보면 꽤 재밌다. 

외부의 반응을 매체를 통해서 전달해 주는 거니까. 

 

4.
작중 인용되는 선녀통신만 봐도 알겠지만 유행어 사용이 많다. 

현재 보는 것은 크게 무리가 없지만 <해치의 안아>와 마찬가지로 나중에 보면 꽤 힘들 것 같다. 

힘내라 미래의 나! 할 수 있어!

 

5.
이번에도 마이페이스 인물이 등장한다.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나이를 많이 먹은 구렁이 반야.  

나이는 누구보다도 많이 먹었지만 하는 짓은 철딱서니 없다. 

하지만 스쳐 지나가는 발언들 중 허투로 들을 수 없는 발언들이 있고, 

철없어 보이는 행동도 알고 보면 멀리 내다보고 했던 일들이기에 뒤늦게 이 사람의 깊이가 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해치의 안아>의 을주와 비슷한 인물인데 하는 짓은 훨씬 철이 없다. 

욕심이 없어서 더 철이 없는 행동을 하는 걸지도. 

 

6.

작품중반까지 석문의 감정선이 좀 이해가 되지 않아 힘들었다. 

<사후세계시리즈>는 감정선보다는 새끈한 대사와 문체를 보고 술술 읽어나가는 작품들이긴 한데, 

지금까지 읽어본 시리즈 중에서 가장 공감이 안갔던 인물같다. 

이 사람이 반야를 좋아하는지 그냥 이익을 보고 결혼하는 것인지 잘 파악이 되지 않았다. 

후반가서야 석문이 반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대로 나왔지만 후다닥 뒤늦게 수습한 느낌이 난다. 

 

7.

선녀통신에서 제일 통쾌하게 읽었던 부분은 서왕모와의 캣파이트 장면이다. 

<광동수산>에서 하도 얄밉게 나온 인물이라 찜찜했는데 머리채 잡힌 거 보니까 속이 시원하다. 

선물을 주리주리 보낸 동해 용부인의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싸움은 역시 캣파이트가 최고! 

 

8.

피모님 작품을 언급할 때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다량의 언어유희와 유행어가 등장하고 

문체가 취향에 맞지 않는 편이면 지루하니 되도록 미리보기 읽어보시고 취향에 맞으시면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