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피모
발행 고렘팩토리
발행일 2016년 09월 23일
1.
400년 전, 불타는 남산골 초가에서 인간 아기를 안고 나온 신수 해치(해태) 무휼.
그 인간 아기 안하연에게 빠져 무려 400년 동안 옆에 두고 키우면서 절절하게 짝사랑 중이다.
불면 날아갈까 쥐면 꺼질까 아끼고 또 아끼는 마음이지만,
무휼은 그를 선인으로 만들기 위해 혹독하게 닦달한다.
하연은 그런 마음도 모르고 무휼이 그저 괴팍하고 못돼 처먹은 놈이라고만 생각하는데….
지고지순한 순애보이면서 등신 중의 상등신이라 불리는 무휼은 과연
눈치는 더럽게 없고 요망하기만 한 하연을 잡아먹을 수 있을 것인지?!
<책소개> 발췌
2.
피모님의 광동수산 시리즈(사후세계시리즈)와 연계되는 작품이다.
피모님의 특징으로는 유쾌한 캐릭터와 대사가 있는데 어김없이 이 작품에서도 그 장점이 잘 드러나 있다.
3.
신수(神獸) 해치 무휼은 400년전 부모를 잃은 인간 하연을 주워서 키운다.
인간임에도 반한 탓에 주변에서는 한결같은 짝사랑이라고 무휼을 평가하지만,
하연은 눈치도 없이 선인이 되는 훈련도 게을리 하고 무휼에게 갖은 아양과 대들기를 시전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하연도 무휼을 좋아하지만 진솔한 대화를 하지 않은 탓에
서로의 짝사랑을 눈치채지 못하고, 주변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던 것.
4.
해치의 안아는 외전이라고 하기는 독립적인 이야기고
광동수산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사후세계시리즈로 묶여진다.
따로 읽어도 문제없지만 광동수산을 읽으면 더욱 더 재미가 증가된다.
광동수산의 주인공인 동해와 제갈 동이 나와서 큰 역할을 하기 때문.
하연이의 제갈 동에 대한 평가가 살짝 언급되는데 광동수산에서 보던 그의 나쁜 점이 살짝 나와있다.
동해가 얼마나 콩깍지 끼었는지 느끼게 되어서 재밌는 부분.
5.
그리고 피모님의 작품에서 늘 볼 수 있는 고잉마이웨이 캐릭터가 등장한다.
바로 남해용왕 을주.
400년 동안 쌍방향 짝사랑 하는 커플들을 보며 답답함을 느껴야 하는 독자들에게 시원한 사이다를 먹여주는 인물이다. 을주가 직접 몸을 불살라가며 두 커플을 이어주었고, 마이웨이로 나가면서도 자기 이익은 제대로 챙긴다. 을주는 가벼워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나름 무거운 배경을 가진 캐릭터라는게 맨 마지막 외전에 언급된다. 그 짧은 외전은 광동수산의 동해가 겪는 이야기를 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 정말 몰라도 되고, 별 상관없는 이야기다.
6.
작품에 유행어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2013년도 작품이라 지금 읽었을 때 위화감이 없다.
'안알랴줌' 같은 유행어는 작중 큰 역할을 하는데, 5년 후에 보면 어떻게 느껴질지는 모르겠다.
5년 후의 나, 힘내라.
7.
400년간의 삽질이 이북 3권에 들어가기에는 장황하다고 생각되지만,
캐릭터와 대사로 지루함을 상쇄시켜나가는 글이고,
반대로 뒤집어 말한다면 문체가 취향이 아닐 경우 몹시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피모님 작품을 추천할 때는 누누히 말하지만 문체가 맘에 든 경우에 보면 큰 만족을 얻는다.
8.
피모님 작품들은 대부분 시리즈로 묶여 있는데
성부장 시리즈는 북큐브쪽으로 이북 발행되어 리디에서 보려면 한참 있다가 볼 수 있을 것이고,
월산이랑 늑대시리즈도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