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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2019

아노르이실 | 조선탐정사

 

지은이 아노르이실

발행 블루핑

발행일 2015년 11월 25일

 

이 작품은 떡대수이다. 떡대수떡대수떡대수 또 세 번 강조한다. 

 

1.

추리와 비엘은 잘 시도하지 않는 조합이다. 

추리소설이라 함은 "추리를 통해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인데

이 사건이라는 녀석을 만들려면 한번 플롯을 짜서 해체되어 가는 과정을 거처야 

그럴듯한 추리소설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사전 조사할 것도 많고 제대로 플롯까지 짜지 않으면 욕만 먹고 마는 추리소설의 특성상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작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에 제목부터 조선 탐정사라 붙인 아노르이실님의 용기에 감탄을 보낸다. 

비엘과 추리를 결합시켰을 뿐더러 추가로 어느 정도 지식이 있어야 

시도해 볼 수 있는 시대물까지 접목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처음 제목만으로 작품을 접했을 당시에는 긴가민가했었다.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추리에 대한 부분인데 그동안 본 작가님들중 

제대로 된 사건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첫 사건을 다 읽고 대단히 감탄하고 말았다. 

길게 대하서사시 같은 작품으로 어려운 플롯을 구하사는 것 보다는 작고 소소한 에피소드들로 적당한 사건을 집어넣어

추리물이란 요소에 걸맞은 형식을 만들어낸 것이 참으로 기발하였다. 

 

 

2. 

주인공(功)인 이덕은 비엘의 분류표에 따르면 연하공, 능글공, 미인공에 속한다. 

추리소설의 포지션에 따르면 탐정의 역활이다. 사건을 보고 분석하고 그에 다른 해답을 제공하는.

사실 이덕의 과거 얘기를 보면 그다지 행복한 사람은 아니다. 

아주 외로운 사람이지만 특유의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카리스마와 언변으로 본모습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다. 

 

작품 초반에 명은 셜록 홈즈 같은 포지션을 보여준다. 

사건을 해결해서 만족을 얻고 사건이 없으면 셜록 홈즈처럼 마약대신 명을 취하여 만족을 얻었다. 

 

명이 연모하는 마음을 깨닫고 표현하자 

도리어 자신에 마음에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자세를 취한다. 

명이가 마음에 들었지만, 자신의 외로운 마음 한구석을 내어줄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 후 여러 사건들을 겪어가며 명에게 의존하는 구석이 많아진다. 

미인공에 능글맞은 언변으로 명이를 살살 벗겨먹는 구석도 있지만 

위기시에는 명을 믿고 의지하는 정반대의 구도도 많아지는 점이 재미있다. 

 

 

3. 

처음 명에게 수염이 있다는 묘사를 봤을 때 조금 흥미로웠다. 

상당히 취향타는 묘사지만 조선시대에 그 나이 또래가 수염을 안 기르는 건 오히려 이상할 수 있는 사실적인 묘사다.

명은 등장때 우직하고 조금 얼빠지게 묘사된다. 

사건에 휘말렸을때 본인의 강직함을 그대로 보여주었고 

덕의 언변에 속아 넘어가 얼렁뚱땅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은 코믹에 가깝다. 

 

첫 관계를 맺은 이후에도 명은 덕에게 많이 당한다. 

말로 하는 성희롱, 몸으로 당하는 성희롱도 받고 어영부영 관계도 다시 가지게 된다. 

순진하고 우직한 성격을 가진 명은 이러한 이덕을 파렴치한으로 보고 

그를 구해주고 계속 희롱당하는 자신이 답답하여 가슴도 탕탕 쳐댈 만큼 힘들어 하지만

그래도 그를 떠나지는 않는다. 

이러한 상태를 계속 고민하다가 이덕을 연모하는 마음을 깨닫고 곧바로 그에게 고백할 만큼 용기있는 성격이기도 하다. 

 

고백하고도 쉽게 마음을 보여주지 않는 덕을 조용히 기다려주기도 하고 그에게 동등한 관계를 요구하기도 한다. 

한번 연정에 물꼬가 트이니 그는 오로지 순정적으로 덕을 위한다. 

덕을 납치감금교신했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을 죽일 만큼. 

그리고 그 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덕을 감싸 안을 정도로 멋진 남자이다. 

초반의 어리버리한 이미지는 점점 정신적인 어른스러움이 들어나면서 사라지며 명이라는 캐릭터가 빛을 발한다. 

 

6. 

작가님은 까지 않아도 출판사는 깐다. 

표지 일러스트는 공수가 뒤바뀐 느낌을 준다. 더 심한 작품도 있었지만 

출판사에서 표지를 선정할 때는 최소한 내용에 맞는 그림을 선별해주길 원한다. 

그리고 이북 출고시 오타에 세심한 신경을 써주었으면 한다. 

종이책에 비해 쉽게 출판되는게 이북이지만

요즘 오타등 검수를 게을리 하는 출판사들이 많은 편이라 많이 섭섭하다. 

 

7. 

로맨스와 비엘은 솔직히 취향장사다. 

취향에 맞지 않으면 아무리 명작이라도 도망가는 사람이 태반이다. 

조선 탐정사가 아쉬운 점은 피해가야 할 취향이 많은 편이다. 

본인의 취향에 잘 맞는다면 이것만큼 좋은 작품이 없다. 

 

8. 

리뷰는 2015년 12월에 쓴 것인데

블루핑은 망했고 작가님은 재출간 해주셨다!

새로 사서 읽으니 참...블루핑이 전체적으로 장난 많이 쳐놨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