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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2019

김모래 | 최초의 온기

 

지은이  김모래

발행  블루노블

총 1권 3,600원

발행일 2015년 11월 30일

 

나도 너와 내가 다르다는 걸 안다.

우리는 시작부터 달랐고, 끝 역시도 색상환 위의 보색처럼 정반대에 위치해 있을 터였다.

누구보다도 내가 그걸 잘 알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를 좋아하는 일을 멈출 수는 없었다.

너는 내가 가진 최초의 온기였으므로.

 

1. 

양아치로 살아온 이재경에게 처음으로 온기를 느끼게 해 준 것은 차영태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을 찾아와준 반장이었던 영태에게 온기를 느끼며 좋아하게 되지만 

따로 표현하지는 못하고 졸업식날 충동적으로 고백하고 멀어진다. 

알콜중독인 아버지를 돌보느라 바쁘게 살아왔지만 아버지마저 돌아가신 후 

삶의 의욕을 잃고 있던 중 우연히 찾아간 학원에서 영태를 다시 만나게 되는데…….

 

 

 

2. 

김모래 작가님의 장점은 애절한 심리묘사에 있다고 본다. 

초반 화자인 이재경의 감정을 따라가면 눈물이 왈칵 솟아오른다. 재경이 왜 영태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영태가 재경의 삶의 의미가 되어가는 과정은 이 작품의 백미다. 

작가님의 필력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어 좋았다. 

둘이 사귀게 되면서 이런 분위기가 사라지게 되는 점은 많이 아쉽다.

 

 

 

3. 

전작인 카르마와는 달리 이번 작품의 주인공인 재경은 많이 무기력하다. 

좋지 않은 가정환경에 흘러가듯 양아치가 되었고 온기를 줄 수 없었던 부모와는 달리 제삼자인 영태에게 온기를 느낀다. 

좋은 감정을 품고도 따로 표현하지 못하고 졸업식 때 영태에게 갑작스레 고백하고 답도 듣지 않고 도망가 버린다. 

졸업 후에는 알콜중독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가 삶의 의미가 되어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 죽어라 일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정말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영태를 만난 이후 벌어진 사건들에 대해 재경은 저항하기보다는 받아들이고 순응에 가까운 방법을 선택한다. 

해당 문제들은 아버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어 

가족적인 정에 굶주린 재경은 답답할정도로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마지막으로 손을 잡아준 것은 영태였지만. 

재경이가 좀 더 자기 자신을 아끼고 영태에게 의지했으면 좋겠다.  

 

 

 

4. 

공인 영태는 화자인 재경에 비하면 정석적인 다정공으로 보인다. 

특이한 점은 재경과의 문제에 대해서는 의외로 다른 작품들처럼 히어로적인 기질을 발휘하지 않는다. 

재경에게 벌어진 고모나 김정현과의 갈등에 영태가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없다. 

의외로 해당 문제들은 무난하고 평범하게 해결된 편이어서 

영태는 그러한 문제들이 해결된 재경을 다시 포근하게 감싸준다. 

해당문제들이 일반적으로 해결된 편이라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긴 한데 

작가님이 바라는 것은 만능해결사 공보다는 상처를 포근히 다듬어주는다정공을 지향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5. 

비엘에 대한 키워드를 붙이는데 좀 많이 고민했다. 

첫 번째로는 떡대수로 표기해야 하는 가에 대해. 

작품 내에서 내내 강조하는 키차이에 따른 갈등으로 떡대수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은데 

재경은 오히려 무심수에 가깝고 성격 자체도 영태좋아 오오라가 피어올라 일반적인 떡대수 같은 느낌은 그다지 나지 않는다.

두 번째는 무심수라고 표기해야 하는 가에 대해. 

재경의 성격이 좀 무심한 듯 삶의 의욕이 없어서 무심수라고 붙여도 될 것 같은데 

영태를 좋아하는 것은 숨기지 않아서 무심수의 성격과는 좀 달라 보이기도 하고...... 

결국은 둘 다 표기 하지 않는다. 이런 고민 하는 게 좀 재밌었다.

 

 

6. 

개인적으로 김모래님은 믿고 보는 작가님이다. 

작가님들 중에서는 작품의 퀄리티가 들쑥날쑥 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 편인데 

김모래님은 그런 점 없이 대부분 일정 퀄리티 이상 뽑아주시는 좋은 작가님이다. 

애절한 화자의 심리묘사는 이 작품의 강점으로 개인적으로는 카르마보다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