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마지노선
발행 가하비엘
발행일 2015년 10월 05일
1.
“나도 잘 몰랐는데, 그런 것 같아. 아니 그래. 내가 그 새끼처럼.
너를 그렇게 만들려고 하는 말이 아니란 말이야.”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과거를 묻고자
새 학교, 새 출발, 그리고 보통 사람의 삶을 원했던 이현우,
전학 온 학교에서 만난 권진운은
오랫동안 싸늘하게 굳어 있던 현우의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지만
현우는 다가오는 진운이 버겁기만 하다.
도망쳤으나 결코 도망칠 수 없었던 과거가
그를 덮치는 순간 현우의 선택은 하나였다.
상처투성이의 현우, 그는 벗어나고 싶은 과거를 청산할 수 있을 것인가?
2.
미리 언급하자면 밝은 분위기의 글은 아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우울한 편이다.
주인공인 현우는 동성강간의 피해자다
현우의 감정은 불안하고 안쓰럽고 외롭다.
그래서 작품의 분위기는 밝지 않다.
3.
우울한 분위기지만 굉장히 좋은 작품이다.
현우가 느끼는 혼란, 외로움, 피해의식이 잘 나타나 있다.
강간한 놈들은 잘 먹고 학교도 잘 다니지만
피해자는 오히려 전학을 가야하고
그곳에서마저 걸레라는 소리를 듣는다.
더러운 세상이다.
4.
그나마 다행인 건 주변에 좋은 사람이 없지는 않다는 거다.
부모님이나 진운은 현우를 어떻게든 보호하고 치유하려고 노력한다.
현우의 상처가 그들만으로는 치유가 힘들어서 그렇지.
5.
현우의 감정선은 잘 살아있지만
엔딩을 장식하는 벤츠공인 진운의 감정묘사는 부족한 느낌이 든다.
오히려 감정묘사는 가해자인 진혁이 더 섬세하게 표현되서
후반부 들어서는 진운의 매력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6.
진혁은 강간의 가해자이면서도 철이 없다.
상대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려도 안하고 밀어붙이다
자신앞에서 망가지는 것을 두 번이나 보게 된다.
악역에다가 후회공이지만 감정묘사는 잘 되어 있어서
메인공인 진운보다 후반부에 두드러진다.
7.
해피엔딩이라고 하지만 상쾌한 해피엔딩은 아니다.
현우는 초반부의 불안정한 모습보다는 많이 좋아지지 않았지만
완전히 치유되지는 않았고 아직은 진운 앞에서도 움츠린다.
그래도 다시 살아보기로 결심한 것에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러면 해피엔딩이지 뭐....
8.
외전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재밌게 봤고 여운이 길게 남아 있는 좋은 작품이다.